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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간헐적 비건 실천에 대하여 (feat. 비건 뜨개질)gita 2021. 12. 13. 15:16
1. 내가 바꿀 수 없고 행동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화를 내는 게 무슨 소용인가? 코로나 3차 접종에 대한 공지를 보다가 맨 마지막에 '우리 모두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를 읽는데 갑자기 무력감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밀려들었다. 우리가 정말 일상을 잃어버린게 맞구나. 코로나 시국이 완전히 종결되어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익숙해지는게 낫겠지, 난 원래도 집에 처박혀있는 걸 좋아했으니까 뭘, 그리고 회사 다닐 때에는 집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 좋은 거겠지? 등의 생각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게 되었다. 일상의 회복, 코로나 블루 같은 표현이 식상하게 느껴질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2. 그렇다면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문제들은 뭐가 있을까. 일단 몇 달 전부터 간헐적으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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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기행일 2021. 12. 12. 01:39
금요일에 전에 일했던 부서 분들과 밥을 먹기 위해 송도로 먼 길을 떠났다. 회사 다닐 때에는 새벽 여섯시 사십분에 셔틀을 타야하는 게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그때 타면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가 낮에 광역버스를 타니 2시간으로 늘어나는 기적… 그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내 기준에서는) 꽤 일찍 일어나 비몽사몽한데 버스 잡아야해서 대충 옷 걸쳐입고 허겁지겁 나서는 경험을 했다. 그러고 도착해서 만난 분들은 정말 반가웠지만 회사 건물과 송도는 반갑지 않더라. 송도는 정말 정이 가지 않는 동네다. 까마득한 고층 건물들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걸어서 어디를 가려고 해도 기본 15분은 잡아야 하는데 인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진심으로 아.무.도. 없는데 건물들은 어마어마하게 높고 보도도 넓고 깨끗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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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아gita 2021. 12. 1. 18:45
1. 달이 넘어갈 때마다 매번 하는 소리지만 12월은 그 무게가 다르다. 2021년의 마지막 달이라니. 와 나이 앞자리가 바꼈네, 이렇게 30대가 시작되는 건가-하는 생각을 최근까지도 하고 있었는데 이젠 다른 일로 놀라야 한다. 내가 서른 하나라니! 곧 있으면 만 나이는 20대라고 우길 수도 없다. 2. 나이를 먹으며 '당연하지'라는 말을 잘 할 수 없게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이치는 물리 법칙 말고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죽었다 깨어나도 포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 대수롭지 않게 놓아주고, 나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된 사람들도 막상 알아가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던 양면이 있고 앞과 뒤를 모두 알면 '이건 이런 거야' '저건 저게 맞아'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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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R.W.gita 2021. 11. 23. 00:01
윤하는 매번 뚝심있게 자기 색깔로 꽉 채운 앨범을 내서 참 좋다. 겹겹이 쌓아 오래 보관해뒀다가 진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하나씩 꺼내서 보여주는 느낌. 근데 또 수록곡을 듣다 보면 데뷔 초기 느낌의 발랄한 노래들도 있어서 반갑다.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불렀던 노래가 윤하의 이었네, 아마도 중학교 시절 수련회 가서 불렀던 것 같은데. 십오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니 하루에 네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번 웃고 여섯번 키스해달라는 노래를 부르던 윤하도 나도 생경하다. (아니 근데 중학생이 뭔 생각으로 이런 가사를 신나게 불러제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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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이랑 별 상관 없는 전남친 이야기 등사람 2021. 11. 22. 01:35
R의 생일을 기념해 군산으로 일박 이일을 다녀왔다. 맛집과 관광지가 쫙 정리된 내 지도앱을 보더니 언제 다녀온 적 있냐고 해서 그냥 그렇다고만 했다. 전남친 문제로 투닥거릴 시기는 지났지만 그래도 굳이 말해서 무얼 하나 싶어서. 분명 2년 가까이 만났던 사람인데 그 놈이 나의 연애사에 미친 영향보다 차라리 이 사람을 만난 덕분에 여행지 코스가 미리 준비되었다는 효용이 더 크다. 헤어질 때에도 크게 미련이 없어서 내게 준 것들을 정리하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되게 실용적인 것들이라 그냥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명의 빨랫감도 거뜬히 소화해주는 건조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이패드, 그리고 2017년에 한 번 재미로 코인 투자해보라며 내게 쥐어준 10만원. (지금은 30만원이 되었네!) 억소리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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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마음 2021. 11. 19. 19:40
https://youtu.be/AyQ9yHOnYo0 유튜브 첫 화면에서 추천해주길래 댓글 상태가 궁금해서 들어가보았다. 자식이 부모가 죽었는데 저런 소리가 나오냐는 댓글은 (최소한 상단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또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리고 각자 어렸을 때 느꼈던 공포에 대해 적어둔 댓글을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에게 참 고마웠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서는 ‘가족 얘기는 가족 안에서 해결해야지 밖에 꺼내봤자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거지’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난 아직도 사람들이 우리 가족에 대해 물어볼 때 새엄마를 그냥 엄마라고 부르고, 아버지의 재혼사실 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들이 알던 나의 엄마와 지금 나의 새엄마의 소식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그걸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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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을 만든다는 건일 2021. 11. 13. 00:20
지난 주에 '내가 쓴 글이 전시됐으면 좋겠는지, 아니면 안 됐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는데,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일주일이 지나 나를 비롯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쓴 글을 모은 책자를 수령하러 갈 겸, 수령 장소인 책방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내심 기대하며 달려갔는데 왠걸 벽이 휑했다. 우물쭈물하는 책방 주인에게 물어보니 신청을 도와줘야 하는 친구가 아직 오지 않아 설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아... 난 책방에서 편도 한 시간 거리에 산다. 이걸 다시 보겠다고 주말 중에 올 것 같진 않으니, 내 글이 전시되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주인이 입구까지 쫓아나와 연신 미안해해서 주말 중에 다시 오겠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해버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소원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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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량한 오해일 2021. 11. 7. 02:38
서로의 의도가 곡해되기 참 힘들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오해가 일어난다는 걸 오늘 절절하게 깨달았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한 달 짜리 온라인 커리어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며 발생했다. 혼자 일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한데 모아 서로의 일에 대해 피드백하고 지지해주는 프로그램이라, 마침 사무실을 정리하고 혼자 집에서 일을 하기에 막막했던 나에게 딱 맞다고 생각해 서둘러 신청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뜻이 맞는 동료들을 여럿 만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배워가는 과정이었고, 프로그램 소개글을 읽어보니 최소 5명 이상의 인원이 모여야만 개설되고 미달될 경우 아예 폐지된다고 적혀있어서 최소 네 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신청을 마치고 본격적인 일정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