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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기행일 2021. 12. 12. 01:39
금요일에 전에 일했던 부서 분들과 밥을 먹기 위해 송도로 먼 길을 떠났다. 회사 다닐 때에는 새벽 여섯시 사십분에 셔틀을 타야하는 게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그때 타면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가 낮에 광역버스를 타니 2시간으로 늘어나는 기적… 그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내 기준에서는) 꽤 일찍 일어나 비몽사몽한데 버스 잡아야해서 대충 옷 걸쳐입고 허겁지겁 나서는 경험을 했다. 그러고 도착해서 만난 분들은 정말 반가웠지만 회사 건물과 송도는 반갑지 않더라. 송도는 정말 정이 가지 않는 동네다. 까마득한 고층 건물들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걸어서 어디를 가려고 해도 기본 15분은 잡아야 하는데 인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진심으로 아.무.도. 없는데 건물들은 어마어마하게 높고 보도도 넓고 깨끗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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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을 만든다는 건일 2021. 11. 13. 00:20
지난 주에 '내가 쓴 글이 전시됐으면 좋겠는지, 아니면 안 됐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는데,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일주일이 지나 나를 비롯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쓴 글을 모은 책자를 수령하러 갈 겸, 수령 장소인 책방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내심 기대하며 달려갔는데 왠걸 벽이 휑했다. 우물쭈물하는 책방 주인에게 물어보니 신청을 도와줘야 하는 친구가 아직 오지 않아 설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아... 난 책방에서 편도 한 시간 거리에 산다. 이걸 다시 보겠다고 주말 중에 올 것 같진 않으니, 내 글이 전시되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주인이 입구까지 쫓아나와 연신 미안해해서 주말 중에 다시 오겠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해버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소원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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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량한 오해일 2021. 11. 7. 02:38
서로의 의도가 곡해되기 참 힘들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오해가 일어난다는 걸 오늘 절절하게 깨달았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한 달 짜리 온라인 커리어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며 발생했다. 혼자 일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한데 모아 서로의 일에 대해 피드백하고 지지해주는 프로그램이라, 마침 사무실을 정리하고 혼자 집에서 일을 하기에 막막했던 나에게 딱 맞다고 생각해 서둘러 신청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뜻이 맞는 동료들을 여럿 만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배워가는 과정이었고, 프로그램 소개글을 읽어보니 최소 5명 이상의 인원이 모여야만 개설되고 미달될 경우 아예 폐지된다고 적혀있어서 최소 네 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신청을 마치고 본격적인 일정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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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는 카드에 대해일 2021. 5. 7. 16:53
어떤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고양이들이 드나드는 화장실 문이 그렇다. 하지만 좀 애매한 방식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문도 있다. 예를 들어 비상문은 평시에는 꼭 닫혀있어야 하지만,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꼭 열려야 할 것이다. 그 문은 그렇게 언제든 내가 원하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리고 가능성의 존재는, 평소에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과는 별개로 소중하다. 프리랜서로서 진상 고객을 대하는 일도 그러하다. 왠만하면 꺼내지 않는 카드지만, 상대방이 정말이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인간일 때에는 끊어낼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 물론 비상문처럼 이를 실제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은 드물다. 일단 돈을 받고 작업을 하던 도중 상대방이 말썽을 피우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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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말고 '왜' 하는가일 2021. 2. 21. 10:57
이전 글에서 적었듯이, 이번주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어서 일요일만큼은 비워두고 싶었다. (나의 원대한 계획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출근하고, 필요하면 휴일 3일 중 하루를 써서 잔업하는 건데...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 면접에 대비해서 주말 중 모의면접을 희망하신다는 고객님께, 최대한 토요일을 권유드렸다. 내가 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건 아니고, 실제로 면접에 너무 임박해서 모의면접을 볼 경우 피드백을 받고 멘붕하는 경우가 생겨서 그랬긴 했다. 그런데 고객님께서 토요일은 학교 졸업식이고, 최대한 모의면접도 열심히 준비하고 싶다며 그 날 밤을 새워 준비할테니 일요일 오전에 꼭 부탁드린다고 말씀하셨다. 일요일을 무조건 비워놓겠다는 마음이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컨설팅도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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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야근, 지금의 야근일 2021. 2. 20. 21:32
비교해보면, 회사를 다닐 때보다 일에 몰입하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졌다. 회사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일이 없는 날이면 앉아서 놀다가 집에 갔다. 반면 혼자 일을 하면서는 식사 시간과, 50분 일한 뒤 가지는 10분 쉬는 시간 이외에는 늘어지는 시간이 없다. 정해진 월급이 있던 시절과 다르게, 내가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통장에 꽂히는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더 힘들어도 마음은 더 가볍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 나의 선택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납득이 되니, 짜증나거나 귀찮지 않다. 도저히 수용 한계를 넘어서면 들어오는 일을 거절할 자유도 있다. 그렇게 내가 스스로 정한 바운더리 내에서 벌린 일이니, 전처럼 억울하지 않다. 과거엔 야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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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가운데 응원을 받았다일 2021. 2. 19. 17:54
이번주는 유독 힘들었다. 사무실에 12시간 이상 남아있는 날이 더 많았다. 프리랜서 특성상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해서, 최대한 수용 가능한 범위의 일은 다 받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마감일도 맞추고, 동시에 일을 대충 급하게 처리하지 않으려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원래 오늘은 쉬는 날인데 어제 마치기로 한 일을 미처 끝내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출근했다. 그러던 와중 수요일에 모의면접을 도와드린 분이 면접 결과를 받아보고 리뷰를 남겨주셨는데, 뉘앙스를 보니 합격을 못 하신 것 같았다. 별 말씀은 없으셨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컨설팅을 드렸던 분이 면접을 아주 잘 봤다면 연락을 주셨다. 너무 고맙다며 길게 칭찬도 해주시고 정성스러운 리뷰도 남겨주셨다. (심지어 이미 길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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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못해요일 2021. 2. 7. 18:34
나의 20대는 그야말로 ‘뻥카’를 치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겁도 없이 낯선 분야에 발을 쑥쑥 들이밀며 열정과 가능성을 어필했다. 해당 분야에 깊이있는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관심은 엄청 많았고, 비슷한 다른 것들도 잘 했으니 이것도 잘 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거다. 그렇게 스펙만 떼놓고 보면 도저히 합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소개서 한 장으로 로스쿨을 뚫고, 종합상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막상 들어가보니 알 수 있었다. 입시와 취업은 첫 번째 관문일 뿐, 진짜 게임은 들어온 뒤에 시작한다는 걸 말이다. 말빨이 아니라 ‘진짜’ 실력과 적성을 내세워 들어온 경쟁자들이 성큼성큼 나아가는 동안, 난 원서를 넣기 전 했어야 하는 뒤늦은 고민들에 고통받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호된 경험을 통해 배운 건, 사회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