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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옮깁니다.gita 2022. 1. 17. 23:40
티스토리를 사랑하지만, 홍보 차원에서 검색에 좀 더 잘 노출되려면 어쩔 수 없이 네이버가 답이네요. 2011년 한참 파워블로그 만든다고 쓰잘데기없는 안암 식당 리뷰랑 최신곡 가사 스크랩할 때 이후로 하나도 진화하지 않은 것 같은 템플릿 + 쓸데없이 비주류를 선호하는 마음에 여태껏 티스토리를 고집해왔는데... 언젠가 책을 내게 되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이사갑니다. https://blog.naver.com/yournok/ yournok : 네이버 블로그 글과 말을 다듬는 프리랜서. 독립출판 준비중. 고양이 네 마리를 반려하는 집사. 때때로 만화를 그리고 뜨개질을 즐깁니다. blog.naver.com 이웃추가, 공감, 댓글 환영합니다. (내가 이 말을 쓸 날이 올 줄이야...)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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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책을 내야겠다gita 2022. 1. 15. 16:48
작가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다섯살 즈음부터 했었다. 돈이 되던 안 되던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은 이십대 중반 정도부터. 독립출판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 근처를 기웃거린지는 이삼년 정도. 하지만 난 아직도 블로그를 열었다가 폭파시키길 반복하며 독립출판의 'ㄷ'에도 가까워지지 못했다. 평소에는 경솔할 정도로 행동력이 넘치는 나인데 말이다. 오늘 로로 작가님을 만나러 독립출판마켓 에 와서 그 이유를 깨닫게 됐다. 나는 나의 책을 만드는 일을 너무도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논리적 완결성도 뛰어나고, 여러모로 아무런 결함이 없는 글을 만들어야만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생각 때문에 글을 쓸 때 짧게 쓰지 못한다. 어느 정도 분량이 나와야만 형식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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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리뷰 (스포 주의, 사견 주의)gita 2022. 1. 9. 03:03
인상깊었던 점 지금까지 봤던 국산 SF 작품 중 연출, CG가 가장 위화감 없었다. 대부분 너무 오글거리거나 비디오 게임 같아서 위화감이 느껴졌었는데 정말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투자도 아낌없이 한듯.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음악도 너무 좋았다. 쓸데없는 러브라인이 없어서 좋았다. 자매를 소재로 한 약간의 신파는 있지만 흐름상 아주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음. 아쉬웠던 점(본론) -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너무, 너무, 너무 많아서 몰입이 자주 깨졌다. 발해 기지에 도착해보니 시체들이 수두룩하게 널려있는데, 추측하던 방사선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헬멧을 벗어던지는 안전불감증. 거기에 더해 샘플을 안전하게 회수하려면 시체들의 사인부터 검사하자는 의견을 '임무에만 집중하라'는 말로 묵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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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결산 및 새해 계획gita 2021. 12. 31. 23:20
기억에 남는 일 중심으로 적어본다. 1. 뜨개질을 시작했다. 스스로 옷을 지어 입으면서 물건과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가 시간에 핸드폰 들여다보면서 굴러다니지 않는 데에도 도움을 줌. 무엇보다 내 맘에 쏙 드는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닐 수 있다는 뿌듯함이 정말 크다. 2. 작년에 퇴사 후 부업으로 했던 일을 본업으로 키웠다. 사업자등록을 했고, 잠시 동안이지만 사무실도 임대해서 쓰면서 사장님 느낌을 한껏 냈다. 조금씩 몸값을 올리면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벌 수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3. 변화가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리고 얼마든지 뒷걸음질 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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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얼굴마음 2021. 12. 30. 03:27
자고 있는 고양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꾸만 죽은 것 같아 귀를 대어본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리지만 그래도 죽음이 멀다는 건 아니다. 한때는 내 손바닥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던 아기가 이제는 열 살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산 시간만큼은 아마도 못 살겠지. 시간은 정직하고 또 혹독하다. 예전에는 사실 언제 어떻게 죽던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목숨이 너무 질긴게 원망스러웠고 떼어내려 백방으로 노력도 해봤지만, 생각보다 명을 재촉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근데 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보니 죽음을 생각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 간지럽게 느껴질 정도로 삶이 좋았고 꽤 행복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죽음이 두렵게 느껴졌다. 이런 감정을 한 번에 앗아갈 수 있고 또 비가역적인, 사람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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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마음 2021. 12. 21. 02:14
비가 살갗을 뚫을 듯이 세차게 내리지만 피할 곳이 없다. 지평선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한한 벌판에 서서 그 비를 묵묵히 맞는다. 비를 그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몸을 피할 작은 처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비가 내리는대로 맞으며 선명하게 아파하고 견뎌야 한다. 새벽에 두 번 거절을 했다. 하나는 크리스마스때 잡혀있던 가족 모임. 다른 하나는 고객의 작업 요청. 원만한 사회생활 내지는 돈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내 능력상 도저히 해낼 자신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거절 문구를 길게 쓰고, 계속 읽고, 보내고 바꿀 수도 없는데도 계속 읽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고민하지만, 모든 일에 있어 그렇듯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내가 아는 걸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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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는 일마음 2021. 12. 20. 02:33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어디가 되었던 내가 매일 먹고 자는 집만 아니면 됐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한없이 멀리 멀리, 그래봤자 이 작은 나라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남쪽 끝자락에 가서 며칠을 보내야만 마치 액땜을 한 듯 남은 일 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어딜 가도 나라는 사람은 날 자꾸만 따라왔고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나에게 한 번도 편안함을 안겨주지 못한 그 장소와 의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웃기지만 그렇게 멀리 가고 나면 얼마 가지 않아 집이 그립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익숙하고 나를 맞아주는 고양이들이 지키고 있는 그 집을. 그러고 막상 집에 가면 바닥을 구르는 먼지와 쌓인 설거지거리와 의자를 삼켜버린 옷더미를 보고 다시 가출하고 싶어진다. 끝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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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마냥 좋아할 수는 없어사람 2021. 12. 19. 01:10
나는 뜨개질을 사랑하지만 힘들 때도 많다. 새로운 기법을 처음 배울 때 느려 터지는 속도 때문에 답답하고, 연달아 실수가 나면 고쳐야 할 생각에 한숨이 나오고, 기껏 다 완성했는데 밑단을 자르고 전부 푸르기도 한다. 좋아하는 걸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함께 딸려오는 고통을 인내할 줄 알아야 계속 좋아할 수 있다. 대학교 때 풍물도 그랬다. 무거운 악기를 메고 오금을 넣고 뜀박질을 하다 보면 무릎 관절이 삼십 년은 일찍 늙을 것 같았다. 한겨울에 손이 터질 것 같은데 같은 가락을 체감상 삼십 분씩 두드리고 있으면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진다. 아무리 해도 손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자꾸만 박자를 놓치고 욕을 먹는다. 그래도 했다. 좋아하니까. 선배들은 우리가 판을 뛰고 있는 걸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