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고요의 바다 리뷰 (스포 주의, 사견 주의)
    gita 2022. 1. 9. 03:03

     

    인상깊었던 점

    • 지금까지 봤던 국산 SF 작품 중 연출, CG가 가장 위화감 없었다. 대부분 너무 오글거리거나 비디오 게임 같아서 위화감이 느껴졌었는데 정말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투자도 아낌없이 한듯.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음악도 너무 좋았다.
    • 쓸데없는 러브라인이 없어서 좋았다. 자매를 소재로 한 약간의 신파는 있지만 흐름상 아주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음.

     

    아쉬웠던 점(본론) -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너무, 너무, 너무 많아서 몰입이 자주 깨졌다.

    • 발해 기지에 도착해보니 시체들이 수두룩하게 널려있는데, 추측하던 방사선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헬멧을 벗어던지는 안전불감증. 거기에 더해 샘플을 안전하게 회수하려면 시체들의 사인부터 검사하자는 의견을 '임무에만 집중하라'는 말로 묵살시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널려있다는 건 기지 안에 분명 위험 요소가 있다는 건데,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어떻게 그걸 무시하지? 심지어 타고 오던 우주선이 박살나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 딱히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비전문가가 봐도 위험 요소가 산재되어 있는데 그거 다 무시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자는 게 과연 대장 역할의 인물이 내릴 법한 판단인지. 이후에 사건들이 터지려면 그런 안일한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럴거면 초반에는 기지가 매우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시체들을 아주 뒤늦게 발견했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 한 인물이 장소를 무단이탈한 동안 팀원이 죽었는데, 이에 대해 이탈 경위를 묻자 대뜸 '취조하시는 건가요?'하고 감정적으로 받아치는 게 너무 유치하게 느껴졌다. 참여 인원 대부분도 군인이고 군대식으로 조를 짜고, 위치 보고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인데 마음대로 자리를 떠나놓고 문제 터지니까 볼멘소리 하는 게 좀... 아무리 계속 문제제기하고 부딪히는 캐릭터로 설정됐다지만 동시에 굉장히 이성적이고 생각이 깊은 캐릭터인데, 본인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 문책당하는 상황에서 대답이 너무 일차원적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문제의 인물은 그 뒤에도 갑자기 기지가 폐쇄되고 서로 뿔뿔이 흩어져서 살 길을 찾는 동안 또 마음 가는데로 움직이다가 회상에 젖는 등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언니의 죽음의 이유를 파헤치고 싶어한다는 개인적인 동기가 있다지만, 그걸 이유로 계속 개인 행동하고 다른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나몰라라 하는 장면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팀원들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겉도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의 동기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이입이 잘 되지 않은 게 아쉽다. (배두나 연기는 손색이 없는데 말이다.)

     

    • 대장이 통신 장비를 고치러 가다가 사고로 산소 공급 장치가 고장났는데, 고장난 뒤로 한 장소에 머물러 미션을 수행하며 점점 산소 부족으로 힘겨워하는 동안 팀원 누구도 구하러 가지 않는다. 꽤 오랜 시간동안 고치고 있는데 다들 멀리서만 발 동동 구르면서 라디오로 계속 괜찮냐고만 물어봐서 너무 답답... 그래서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대장이 눈 떠보니 다시 기지 안인 걸 보아 분명 완전히 사망하기 전 사람들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던 곳으로 보임(혹은 구할 수 없는 위치였는데, 대장이 살아야 스토리가 전개되니까 그냥 드라마적 허용을 한 걸 수도). 구하러 내려가겠다는데 대장이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한 마디라도 있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듯.

     

    • 월수의 위험성에 비해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안일하게 느껴졌다. 월수가 바이러스처럼 사람의 몸에 침투해서 피를 숙주로 삼고 증식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도 아무도 방호복을 입지 않는다(심지어 월수 샘플을 채취할 목적으로 대원 모두가 미지의 장소로 조심스럽게 이동하는데 여전히 헬멧도 마스크도 없이 돌아다닌다. 샘플은 매우 민감해서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손상될 수도 있다고 전제해두고 이렇게 행동하는 건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촬영할 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그럴 수 없었나? 요즘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가, 바이러스성 물질이 온 기지에 널려있는 걸 알면서도(심지어 임무의 목적이 바로 그 물질들을 찾아서 확보하는 건데도) 맨 얼굴 꺼내놓고 돌아다니는게 너무도 어색했다.

     

    • 그러다가 팀원이 공격을 받아 사망한 동시에 월수 샘플이 터져 피와 접촉하는데, 무한히 증식하기 시작하자 모두가 대피하지만 문제의 공간의 문을 잠가버린 뒤 마치 없었던 일처럼 행동한다. 그 누구도 그 문제를 다시 언급하지 않고, 심지어 공간으로 통하는 입구에 데이터 자료를 가지러 다시 방문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음. 한 방울의 피도 엄청난 양의 물을 생산할 정도로 증폭이 어마어마한데, 그걸 봤다면 그 공간의 월수가 사실상 무한정 증식하고 결국 폭발할 수도 있다는 걸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건가...? 실제로 증식한 월수가 온 기지를 잠식하게 되는데 말이다.

     

    • 그러고 보면 최초로 감염된 사람이 미친듯이 물을 토하기 시작할 때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도와주려 하고 부축하고 만지고 난리도 아닌데,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 그 사람이 감염되게 된 경위를 보면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감염되어 사망한지 5년이 지난 시체를 만지다가 시체 몸 속에 남아있던 아주 미세한 물방울이 톡 튀어올라 그 사람의 눈알에 들어가서 감염된건데... 그렇게 치면 물을 콸콸 쏟아낼 때 주변에서 돕다가 푹 젖은 사람들도 다 감염되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 월수 자체의 성질도 일관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최초 감염자를 부검한 결과를 보면, 월수에 감염되면 온 몸 안이 물로 가득 차서 마치 익사한 것처럼 사망하게 된다. 사망자의 혈액 검사 결과를 보면 물이 혈관에 침투해 혈액까지 희석시킨 걸로 나온다. 근데 5년 전 실험 영상을 보면 물고기에게 월수를 주입시켰을 때, 물을 생성해 토해내기만 하고 멀쩡하게 살아있다. 어류가 물 안에서 호흡할 수 있으니 사람처럼 폐에 물이 차서 죽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혈액까지 침투해서 혈관, 장기가 파열될 정도로 증식한다는 전제를 지키려면 물고기도 폭발(?)했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이건 뭐 어류의 경우에는 반응이 좀 다르다는 설정이거나 내가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할 거일 수도 있겠다만. 헛웃음이 나왔던 대목도 있는데, 바로 5년 전 기지의 연구원들이 전부 죽은 그 날에 월수가 콸콸 새다가 씨앗을 만나니까 갑자기 새싹이 뿅하고 피어오르더라. 물의 양이 많다고 식물이 더 빠르게 생장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마법마냥 그렇게 뽁 솟는게 웃겼다. 월수를 음수 용도가 아니라 산림 복원 용도로 연구했었어야 하는게 아닌지.

     

    • 총을 당연히 쏘거나, 누군가 죽어야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쏘지 않고 이상한 이유로 시간을 끌면서 스토리를 억지로 전개시킨다. 팀 내 스파이가 본색을 드러난 뒤 이를 어떤 대원이 발견하자 피도 눈물도 없이 바로 쏴서 죽여버리고, 냉동고에 넣어 숨기는 등 끔찍한 방법으로 시신을 은폐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그 뒤에도 기지를 일부 폐쇄해 다른 대원들을 방해하고 나머지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후 두 번째로 맞닥뜨린 대원은 무슨 이유인지 의도적으로 다리만 쏘느라 결국 몸싸움으로 넘어가고 그 대원이 죽을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거야 그 대원으로부터 뽑아낼 정보가 있어서 그렇다고 쳐도(근데 그 정보는 그 사람이 조작하던 3D맵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게 아니었나..???), 그 뒤로 그 사람이 죽는 걸 오래도록 지켜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 직전까지는 오직 배신에만 관심이 있는 냉혈한으로 그리다가 캐릭터가 급격하게 바뀌어서 적응이 안 됐다.

     

    • 마찬가지로 그 스파이가 죽을 무렵에도 아무도 스파이를 쏘지 않고 계속 대화를 시도한다. 뒤에 물이 계속 차올라서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도망가야 하는 상황인데, 대원들은 물론 국가를 배신하고 대원 두 명을 죽인 간첩이 웅얼거리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거 가지고 밍기적거리다가 결국 대원 하나가 또 총을 맞고 결국 죽는다. 대원들을 등장하는 괴물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총을 겨눈 채 멀뚱멀뚱 지켜보고, 그동안 과학자가 월수 샘플을 두고 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대원들을 두 명이나 죽이고, 나머지 모두를 공격하려는 존재가 눈 앞에 있는데 이전에는 계속 총으로 쏘려고 하다가 갑자기 행동을 중단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고, 분명 초반에는 사살을 하기로 결정하고 죽이려고 팀을 짜 쫓아가기도 하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그 모습이 아이와 같아서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는 설정인가?

     

    •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전개가 너무 늘어져서 집중해서 보기 힘들었다. 속도가 느린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명쾌한 해답은 없고 계속 새로운 미스터리만 쌓이고 쌓이다가 그냥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기지 대폭발 일어나면서 급 마무리 되는 느낌.

     

    아마도 다시 정주행하면 궁금증이 풀리는 대목들도 있겠지만, 다른거 다 떠나서 바이러스성 물질의 위험성을 아는 사람들이 헬멧을 훌렁 까고 활보하면서 맨 손으로 이것저것 다 만지는 걸 차마 다시 볼 자신이 없다. 영상미, 연출은 정말 빼어난데 보면 볼 수록 '저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던 게 정말 아쉽다.

     

    'gi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옮깁니다.  (0) 2022.01.17
    올해 안에 책을 내야겠다  (0) 2022.01.15
    2021년 결산 및 새해 계획  (0) 2021.12.31
    나의 간헐적 비건 실천에 대하여 (feat. 비건 뜨개질)  (0) 2021.12.13
    당연하지 않아  (0) 2021.12.0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