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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결산 및 새해 계획
    gita 2021. 12. 31. 23:20


    기억에 남는 일 중심으로 적어본다.

    1. 뜨개질을 시작했다. 스스로 옷을 지어 입으면서 물건과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가 시간에 핸드폰 들여다보면서 굴러다니지 않는 데에도 도움을 줌. 무엇보다 내 맘에 쏙 드는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닐 수 있다는 뿌듯함이 정말 크다. 


    2. 작년에 퇴사 후 부업으로 했던 일을 본업으로 키웠다. 사업자등록을 했고, 잠시 동안이지만 사무실도 임대해서 쓰면서 사장님 느낌을 한껏 냈다. 조금씩 몸값을 올리면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벌 수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3. 변화가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리고 얼마든지 뒷걸음질 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사무실 임대를 포기하면서 과연 내가 집에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지만, 직접 방 구조도 바꾸고 파티션을 설치해 홈 오피스를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 해내니 놀랍고 또 뿌듯했다. 딱히 노력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정신건강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 (오히려 너무 힘들여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푹 쉬고 스트레스 요인을 최소화하니 알아서 좋아진듯.)


    4. 용기를 냈다. 6년 가까이 회피하던 문제에 부딪혔다. 많이 힘들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시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5. 별다른 계획 없이 사는 방법을 배웠다. 항상 월, 분기, 연 단위로 빡빡하게 계획을 세워 살다가 올해에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보았다. 연초에 사업계획을 야심차게 세웠지만 몇 달 안 되어 치워버렸고, 그냥 그때그때 무리가 가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선에서만 조금씩 사업을 확장시켰고 발전시켰다. 스스로를 좀 더 몰아세우고 목표 달성 여부를 관리했다면 더 일찍 성과를 냈을 수도 있지만, 이걸 이번 달에 이루던 세 달 후에 이루던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바쁘게 살 때는 바빴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주 여유롭고 평화로운 한 해였다. 앞으로도 목표를 미리 정해두고 그걸 향해 달려간다기 보다는, 그냥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이것저것 하면서 그때그때 펼쳐지는 길들을 기대하려 한다.


    6. 그 어느 때보다도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했다. 어려운 목표를 세우지도 않았고, 뭔가 애써 대단히 잘해보려 하지 않았고, 무너지고 몇날 며칠 뻗어 있어도 그냥 그런대로 뒀다. 정신건강을 최우선순위에 두기 위해 다른 걸 포기하더라도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깡그리 없앴고 그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외부에서 쏟아지는 힘든 상황이 없으니 내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필요할 때 스스로 보듬어줄 수 있었다. 


    7. 혼자 견딜 수 있었다. 주변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 있어도 나의 고통은 결국 나만의 것이다. 여태까지는 계속 회피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을 이입시키며 해결해왔는데 이제는 그냥 조용히 마주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통달한 건 아니고, 그냥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도. 그래도 참다보면 감정이 가라앉고 평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8. R과의 관계에서 많은 걸 배웠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고, 또 돌아보면 올해는 R이 취업을 한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크고 작은 기류에도 불구하고 서로 잘 붙들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R은 내가 마음껏 실수하고 잘못하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나를 항상 믿고, 나를 맘대로 평가하지 않고, 존중해주고, 이해해준다. 마음이 넓고 온화한 사람이어서 참 감사하다. 


    내년의 계획:

    1. 뜨개질 말고 좀 더 동적이고 신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취미 하나 만들기. 가능하면 R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로. 
    2. 책을 더 많이 읽기. 
    3. 글 꾸준히 쓰기. 글을 쓰기 싫어지는 순간이 와도 스스로 타박하지 말고, 언제든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오기.
    4. 건강하게 먹기. 스스로 요리한 음식, 건강식품 챙겨 먹기.
    5. 수입 파이프라인 1가지 더 찾아서 만들기. 
    6. 유튜브 시작하기. 되든 말든 그냥 하기. 
    7.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열심히 만나고 교류하기. 
    8. 연기 배우기.
    9. 1월 중으로 전자책 완성해서 판매 시작하기.
    10. 사이드 프로젝트 만들기. 
    11. (조심스럽게) 프로그래밍 배워보기. 이걸로 먹고 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데에 집중하기.
    12. 고고방 아카이브 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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