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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말고 '왜' 하는가
    2021. 2. 21. 10:57

    일요일을 여는 귀여운 고양이부터 보자. 막 일어나서 얼굴이 땡땡 부은 첫째 고양이 기쁨이.

     

    이전 글에서 적었듯이, 이번주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어서 일요일만큼은 비워두고 싶었다. (나의 원대한 계획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출근하고, 필요하면 휴일 3일 중 하루를 써서 잔업하는 건데...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 면접에 대비해서 주말 중 모의면접을 희망하신다는 고객님께, 최대한 토요일을 권유드렸다. 내가 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건 아니고, 실제로 면접에 너무 임박해서 모의면접을 볼 경우 피드백을 받고 멘붕하는 경우가 생겨서 그랬긴 했다.

     

    그런데 고객님께서 토요일은 학교 졸업식이고, 최대한 모의면접도 열심히 준비하고 싶다며 그 날 밤을 새워 준비할테니 일요일 오전에 꼭 부탁드린다고 말씀하셨다. 일요일을 무조건 비워놓겠다는 마음이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컨설팅도 받으신 상태였는데 모의면접까지 하고 싶으신 걸 보면, 내 실력을 높게 평가해주신 게 분명하다. 졸업식이라는 중대한 가족행사 와중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시려는 모습을 보니 이 면접 기회가 얼마나 간절한지도 느껴졌다. 내가 한 시간 더 쉬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건 이런 열정과 정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으로 약속을 잡아드렸다.

     

    내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일을 만드는 건 내가 일중독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이유,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이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동력은 남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다. 내가 하는 일이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도움이 되었다는 걸 알면 힘이 난다. 고객님이 꼭 친절한 리뷰와 개인적인 메세지로 그걸 표현하지 않아도, 일의 성격 자체가 돕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보람이 있다. 이 동력은 내가 어떤 일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딱히 억지로 내 자신을 설득하고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않아도, 예상 외의 일을 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한편으로 이렇게 주말에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다는 건 감사할 일이기도 하다.)

     

    어제 같이 저녁을 먹으러 사무실을 찾아온 R에게 주말 출근에 대해 투덜거렸는데, R이 물끄러미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이전 회사 다닐때랑 표정이 달라. 훨씬 밝아졌어." 이제는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가 된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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