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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2월 초의 일상
    gita 2021. 2. 10. 18:48

     

    한달쓰기 10일차, 매일 하나의 주제를 파고드는 글을 쓰려니 힘이 부친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요즘의 일상을 기록하는 걸로.

     

     

    이번 겨울에는 두 번에 걸쳐 폭설이 내렸다. 처음엔 설레고 신났는데, 두번째엔 방심하다가 눈폭탄을 맞아서 기분이 축축하고 별로였었다. 이 라이언 눈사람을 만나고선 기분이 싹 풀렸지만 말이다! 정확한 비율로 귀랑 뽕주댕이를 만든 것도 놀라운데, 눈이랑 눈썹은 이걸 위해 일부러 만들 줄이야. 뜨거운 열정과 엄청난 귀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누군가는 눈보라에 투덜거리지만 누군가는 신나하며 이런 걸 만든다. 마음만 바꿔먹어도 이런 걸 만들 수 있다.

     

    입학 10주년을 맞아 친한 동기와 함께 모교에 들렀다. 학교 안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을 돌봐주는 동아리가 있는데, 이렇게 집도 지어 놨더라. (우리 발소리를 듣더니 한 마리가 총총 도망가는 모습이다.) 과방이 있던 건물은 없어졌고 맞은편에 삐까뻔쩍한 새 건물이 올라갔지만, 그럼에도 학교는 여전히 정겨운 곳이다. 친구와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수다를 떨며 한바퀴 도는데, 이젠 그때로 마냥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애틋함과 그리움은 있지만, 불안하기 싫어 마냥 공상만 해야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그걸 다시 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때보다 인생의 그림도 명확하고 현실에 단단히 발 붙이고 있는 지금도 난 좋다.

     

    평범해보이지만 사실은 비범한 정수기다. 내가 직접 물통을 갈았기 때문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 다 떨어진 물통을 보고 내가 갈아야할지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하필 당시에 인터넷에서 '왜 여직원들은 정수기 물통을 갈지 않는가'를 주제로 남녀 대립이 심했었다. 어떻게든 해보려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욕을 안 먹을 것 같아 과감하게 집어들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에 휘청이다 물통을 놓쳐 정수기를 박살 낼 뻔했다! (천만다행으로 물통이 터지진 않았다. 그랬다면 퇴사가 더 당겨졌을지도.) 그 날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날이 다시 온다면 난 부끄러움에 녹아 없어질 것 같다. 그 뒤부터 내가 정수기 앞에서 서성이고 있으면 옆 부서 남자 동기가 조용히 다가와 물통을 갈아줬으니, 소기의 목적이라도 달성해서 다행인건가. 아무튼 이번엔 옆에 물통을 지지할 수 있는 수납장이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엄청 무거웠다. 다시는 18.9리터를 얕보지 않으리. 

     

    퇴근 후 침대로 기어들어온 나를 안아주는 기쁨이. 집사와 동생들을 보듬어주는, 듬직한 첫째 냥이다. 청소년묘가 될 때까지 강아지들이랑 자라서 그런가 성격이 살갑고 스킨십을 좋아한다. 저렇게 반쯤 누워있으면 머리를 밀고 들어와 꼭 사람처럼 안아준다. 그래서 나도 같이 안아줬다. 조건 없는 사랑과 애정을 퍼부어주는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회사를 같이 다니던 입사 동기가 사무실 개업 소식을 듣고 화분을 보내줬다. 선물 챙겨준다는 것도 고마웠는데, 그것도 화분을 골라줘서 괜히 사장님 기분이 났다. 왼쪽은 비교적 잘 알려진 테이블야자인데, 오른쪽의 요상한 미역줄기를 알아보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피쉬본 선인장'이라고 한다. 모양이 너무 인위적(?)이라 포장을 뜯던 R이 플라스틱 모형인 줄 알고 뽑아버릴 뻔했다! 인조식물이 아닌 걸 파악한 뒤에도 가위로 오린 것 같아서 한참 들여다봤다. 알아보니 그냥 이렇게 자란다고 한다. 멀쩡한 선인장을 골로 보낼 뻔했네. 

     

    내일부터 설 연휴라고 한다. 남의 일처럼 말하는 이유는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프리랜서가 언제든 쉴 수 있다는 건, 언제라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수업 두 개 마치고 소처럼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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