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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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자, 그게 더 건강하니까마음 2021. 2. 3. 22:32
퇴근하는 나를 데리러 오던 R에게서 카톡이 왔다. ‘지금 눈이 엄청 와!’ 과연, 건물을 나와보니 굵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하필 후드가 달리지 않은 옷을 입은 날이라 R을 방패삼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 골목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갓 하늘에서 내려온, 뽀얗고 깨끗한 눈이 내 발 밑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눈을 감고 천천히 걸어보았다. 뽀득, 뽀드득, 이럴 때만 들을 수 있는 귀한 소리가 발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생각해보니 밖에서 이렇게 느린 속도로 걸어본 건, 그것도 눈을 감고 해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지켜야 할 시간 약속이 없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여유니까 그럴 법 하다. 오늘 한껏 낭만을 만끽했던 길은 회사를 다니던 시절, 새벽 6시 40분에 떠나는..